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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워케이션] 04. 질그랭이 거점센터 이용후기

stuckyi 2024. 3. 25. 10:33

이번 제주 여행에서 구좌읍에 위치한 세화리 마을에 잠시 머물렀다.
이곳에는 마을에서 운영하고 있는 '질그랭이 거점센터'가 있다 하여 다녀왔다.
질그랭이의 뜻을 찾아보니 ‘지그시’의 방언이라 한다. 이 이름도 마을 주민이 의견을 모아 결정했다고 하는데, 직접 그 공간에 가보니 세화해수욕장을 지그시 바라보며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추측해 보았다. 

 

질그랭이 거점센터 첫인상

외관만 봤을 땐 그냥 주민센터 아닌가? 싶은 첫인상을 가졌는데 내부는 반전이 있는 곳이었다. 4층 구조의 건물인데 나는 2층 마을카페, 3층 공유오피스 그리고 4층 숙박까지 이용해 보았다.
다른 공유 오피스와 달리 여기 워케이션 장소는 무료로 사용할 수 있었다. 다만 스낵바가 없어서 커피는 아래 카페를 이용해야 한다.
 

2층 질그랭이 카페 477+ 

2층 카페 477+ 입구 및 내부 모습

 

카페이름이 477+인데 이 숫자의 의미는 이 공간을 만들기 위해 의견을 모은 세화마을협동조합원 477명 숫자와 +는 조합원이 더 많아지길 바라는 마음과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플러스를 붙인 거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카페는 마을 이웃들 모임 장소? 사랑방? 이런 느낌이 들었다. 카페에는 관광객도 있었지만 거의 대부분 주민들이 만남의 장소로 사용하고 있는 듯한 정겨운 모습이었다.
나는 까페에서 커피 한잔을 사서 3층 워케이션 장소로 올라갔다. 구좌읍은 당근이 유명해서 당근 주스를 시그니처 음료로 판매하고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당근을 좋아하지 않아서 직접 사서 먹어보진 않았다.
2층과 3층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이용이 가능하고 베이커리도 11시부터 빵이 나와서 구매할 수 있다. 
 

3층 질그랭이 공유 오피스 

 
질그랭이 공유 오피스도, 다른 공유 오피스와 비슷하게 회의실도 있고 듀얼 모니터, 오픈 데스크 등 시설은 비슷했다.
다만 여기의 최대 단점이 2층 천장이 뚫려있고 3층과 연결이 되어서 2층 소리가 3층으로 들리는 것이다. 아까 2층이 동네 주민 모임 장소 같다고 표현했는데 그래서 대화 소리가 좀 많은 편인데 동네 카페에 와 있는 기분이 계속 들었다. 그 부분이 좀 아쉬웠지만 일반 카페보다는 시설이 오피스와 비슷했고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 아닐까 싶다. 또한 세화 해수욕장이 바로 앞에 있어서 집중이 흐트러진다면 잠깐 바람 쐬러 나갔다 와도 되고 풍경이 주는 장점도 있었다. 

인테리어는 멋졌지만, 천장이 뚫려...

 

4층 질그랭이 세화밖거리

질그랭이 거점센터 스테이 이름은 '세화밖거리' 이다. 네이버에서 룸예약을 할 수 있고 방문자리뷰를 보면 다들 외부에서 봤을 때 '주민센터에 숙소가?' 처음엔 의아하다가 안에 들어와 보니 따뜻하고 좋았다란 평이 많았다. 나도 이 숙소를 가기 전까지 숙소 컨디션이 괜찮을까? 란 생각이 있었다.

 

세화밖거리 : 네이버

방문자리뷰 191 · 블로그리뷰 33

m.place.naver.com

 
방 이름은 제주어로 되어 있는데 나는 '돌랑돌랑(두근두근)'의 방에 머물렀다. 이날 유독 제주도 바람이 많이 불던 날이었는데, 숙소 안이 깨끗하고 아늑해서 아늑한 게스트 하우스 느낌이었다. 그리고 밤에 도착해서 몰랐지만 작은 발코니가 있는데 나가보면 2층에서 봤던 세화 해수욕장 뷰를 볼 수 있었다. 바닷가 바로 옆이라 파도 소리를 들을 수 있지만, 내가 머무는 동안은 제주 바람 소리가 더 컸던 거 같다.(제주 바람... 너무 무섭) 

돌랑돌랑~

 

세화 마을

제주도 여행을 와서 '세화'를 처음 알게 되었는데, 細(가늘 세) 花(꽃화)란 의미로 가늘고 아름다운 마을을 뜻한다고 한다.
작은 시골 마을인데 마을사람들의 의견을 모아 마을 사업을 시작했다는 게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거점센터가 원래는 결혼식장으로 사용했던 건물인데 청년들이 마을을 떠나고, 결혼하는 사람이 점점 없어지면서 폐허였던 건물이었는데 이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며 사업을 시작하였다고 한다. 회사에서도 사업 하나를 시작하려고 할 때 마주하는 문제가 많고, 성과가 좋지 않을 때 해결해야 하는 부분들이 생기는데 마을 주민들이 이 사업을 위해 '얼마나 노력을 했을까', '서로를 얼마나 신뢰하고 이 단단한 공동체를 만들어 냈을까', '멋지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세화리를 알았으면 좋겠고, 이 공간이 세화마을 주민들이 원했던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머물다 갈 수 있는 곳이 되길 응원한다.